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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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념사진
기념사진 - 1950 주민현 영화관과 별장 사이에서 살고 죽고 사랑하네 놀이는 언제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노을 진 바닷가에서 바닷가의 끝까지 가슴에서 총을 꺼내면 사슴보다 멀리 쓰러지는 우리들 차가운 모래에 발을 넣고 모래가 미지근하게 부드러워질 때까지 눈을 감고 꿈속에 두고 온 작은 병정들을 데리러 간다 버찌 묻은 손으로 만졌지 바닷가에서 물 주름을 바라보면서 해변의 노인들은 죽음으로 실없는 농담을 하고 전망대에 선 부부의 발목은 반질하게 빛나고 사람 없는 오후에 거리로 나와 춤을 추는 훈련병 한때 부유했던 이들이 생활전선으로 뛰어들고 종전을 알리는 퍼레이드 뒤 그 시절의 영화를 간직한 채 운전사가 신경질적으로 미끄러지는 거리 노을 속을 걷는 사람들은 쉽게 행복해 보인다 괜찮아, 괜찮아, 사람들은 서로의 귀에 속삭여 준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개를 잃어버린 남자는 이 부드러운 모포가 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두려움에 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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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아버지 운다」 외 6편
곧 죽을 줄도 모르는 버찌 같은 까만 눈 하늘을 보고 노래도 불렀다. 곧 비명하고 횡사할 노래 수챗가의 쌀뜨물에 놀라 발을 굴렀다. 까만 눈과 붉은 끈과 노란 부리 온통 하얀색의 몸통이 어지러워 난 가끔 열에 들떠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아무도 내가 아픈 줄 몰랐다. 난 말을 할 줄 알았으나 말을 못 하는 아이 하늘이 저렇게 빙글빙글 도는데 바닥이 이렇게 기울어 가는데 신기한 건 쓰러지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고 쓰러져 잠들었다는 것 죽을 줄 알면서도 제집을 찾아간다는 건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 일 분골함 속의 아버지를 고향 밭에 묻고 난 잘 자란 성인처럼 집으로 돌아간다. 만장 같은 깃털이 꿈속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