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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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세상엔 몹쓸 구신도 많아
니는 씨부리라 내는 내 맛대로 한다 그기라 달랑 똥고집 하나 차고 나와서 지금까지 낼로 잡아묵는다 으이그 벅수 중에서도 최고 벅수라 ……느그 아부지 저라다다 덜컥 쓰러지기라도 하모 내 분해서 우찌살꼬 싶다 영감이 늘그막에 귀신 중에도 제일 드러븐 다단계 구신이 쓰이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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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포커페이스
민불은 백성들 옆에 머무르기 위해 속세로 나온 벅수(法首), 미륵을 지칭하는 말이다. 순박한 촌부 같은 민낯은 어떤 권위적인 부처의 상보다 큰 울림을 준다. 어쩌면 연화대좌 위의 차가운 근엄은 인간이 만든 종교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포커페이스가 아닐까. 자연은 민얼굴이다. 태양을 향해 한껏 제 몸을 부풀리고 서 있는 공원의 싱그러운 나무들은 감정을 숨기는 법이 없다. 햇살과 비와 바람을 뭉근하게 버무려 나이테를 채운 그들은 정직하다. 물오른 느티며, 미루나무, 수양버들은 아이들 웃음처럼 가식이 없다. 괭이밥, 패랭이, 꽃양귀비도 본연의 색 외에는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다. 뽕나무 가지에 앉아 짝을 부르는 후투티의 목소리 또한 민낯이다. 저들은 위선과 가식의 인간과 달리 모두 자신의 마음을, 표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루소가 아니라도 봄날의 자연은 포커페이스를 걸치지 않는다. 가만히 나를 바닥으로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