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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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텃밭 지진」외 6편
침대 고르기 참나무 벚나무 왕버들 은행나무 골라 다니며 잠을 청해 봐도 매미들은 꼭 맞는 침대가 없다고 맴맴 잠투정 부리네. 시계의 고백 매일 같은 일을 하지만 지루하지 않아 되풀이할수록 기억력이 좋아져 사람들 약속시간 내가 다 기억하고 있거든! 호수의 품 산을 잠재우고 하늘을 잠재우고 나무를 잠재우고 날아온 돌멩이까지 잠재우며 둥글게 둥글게 번져 가던 호수의 웃음 주름 하나, 둘, 셋, ······ 다 세기도 전에 활짝 펴지네 호수의 품 얼마나 넓은 그릇일까? 엄마의 바다 밤에도 쉬지 않고 철썩이는 바다 무슨 걱정하는 걸까? 누구를 생각하는 걸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새도록 잠 못 이루네. 탁구공 얼굴에 탁~ 머리에 탁~ 손등에 탁~ 제 마음을 얻으려면 한눈팔지 말라고 탁!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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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꽃나무」외 6편
번도 자신을 위하여 무엇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의 표정을 감추려 했다 그의 속눈썹은 조금 떨리는 듯했지만 더 이상의 반응을 생략하는 것으로 내게 상황 종료를 알렸다 그는 온몸으로 자신을 상징하고 있다 고독한 건물# 한낮의 소란스러움과 격렬한 대조를 이루는 봄날 저녁의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3층 창가의 시절에 나는 막연하고도 시시한 몽상에 잠겨있다가 어떤 해방을 꿈꾼다 점멸하는 신호등과 흑백흑백 건반을 누르듯 마지막으로 한 남자가 건너가고 수도사처럼 서 있는 검녹색 가로수와 빵집을 나오는 노인 부부는 무위의 사물들에는 관심이 없는 듯 느리게 지나간다 피아노 학원 문이 닫히고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노점의 야채상과 젊은 여자들의 치마와 가방이 왁자지껄 사라진다 1층 가건물 지붕의 새끼 고양이가 우는 것과 돈가스집 환풍기는 멈춰 있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상가의 화단에 무슨 징후처럼 벚나무가 꽃을 피웠다 벚꽃이 저렇게 아름답게 피다니 믿을 수 없지 않은가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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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저 사람들이 누구인가」외 6편
벚나무 세 그루 테니스 코트장 위에 벚나무 세 그루가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날린다 벚나무는 각자의 벤치를 가지고 있다 벤치는 각자 의 사람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 때 꽃잎이 조금씩 더 날리고 하나의 벤치에 남자 둘이 앉아 있다 남자들은 테니스 코트장을 향해 있다 테니스 코트장에는 코트 말고 아무것도 없다 남자들은 네트에 걸리는 바람을 보며 말없이 앉아 있다 하나의 벤치에 남 자 혼자 앉아 있다 남자는 전단지를 보고 있다 내밀히 아주 내밀 히 마주 보고 있다 전단지는 말이 많다 바람이 불 때 화제를 전 환하며 하나의 벤치에 여자와 남자 둘이 있다 여자는 누워 있는 남자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 이로 빠져나온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헝클어진다 머리카락 이 날리는 방향을 바라본다 동시에, 환호가 터진다 강변 모텔 처음 만났을 때 잘생긴 얼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