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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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비판의 비판
[비평in문학] 비판의 비판 - 문학비평의 한 가능한 과학성의 의미를 향하여 김대산 일반적으로 비평이란 사실적 근거와 논리적 일관성에 기초한 합리적 비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합리적 비판은, 많은 경우, 주관적 불만(족)의 객관적 표출로 나타나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비평은 ‘객관적 불평’일 수도 있지 않은가? 혹은 객관성을 내세우는 것이 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면, 비평은 ‘과학적 불평’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다면, 비평은 과학적 객관성으로 위장된 주관적 욕망(항상 억압되어 있고, 항상 불만족스러운 상태 속에 있는 욕망)의 활동으로 나타나지는 않는가? 그렇기에 비평을 추동하는 주된 정동은 질투, 원한, 증오 같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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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있다면 멜랑꼴리
어머니가 뜨거운 혀로 쓱 핥아 주시던 그때의 혀 같거든요 말랑에서 몰랑으로 몰랑에서 물렁 몰캉 말캉을 휘돌아 옵니다 모서리가 없는 말은 꽃 스친 옷자락 같습니다 그렇게 멜랑꼴리 혼자서 멜랑꼴리로 젖으면서 향기가 말랑할 것 같은 프리지어 꽃을 보는 중입니다 꽃은 향기로 영혼을 후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소원이 있다면 날마다 향기를 갈아 마시며 사는 겁니다 당신의 향기는 너무 다양해서 실을 추리듯 낱낱의 냄새를 느껴야 하지만 지금 가신다니 한꺼번에 나를 들킬 수밖에요 갈숲 스친 바람에서 온 들의 꽃향기를 구분하듯 당신의 향기 덩어리에서 겨드랑이 냄새 발뒤꿈치 냄새 그리고 아 귀밑의 솜털 냄새까지 미세하게 구별해 볼래요 냄새에는 철학이 있어요 진리는 아니지만 선험적이랄까 내 몸의 어떤 세포가 그걸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느낌들이 지렁이 떼처럼 꼬일 때가 있지요 그건 이미 프리지아 꽃향기 같은 당신의 어떤 냄새에 중독되었다는 것 일 테지요 절대를 넘어선 순수, 일테면 순수 끌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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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고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또한 최근의 논란 가운데 하나는 황종연 교수의 글「민주화 이후의 정치와 문학-고은 ‘만인보’의 민중-민족주의 비판」(《문학동네》, 2004, 겨울)이다. 이 글에서 황 교수는 고은의 『만인보』를 우리 시대 ‘최고의 민중주의’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일련의 비판을 가한다. 여기에 대해서 하정일 교수의 비판(「황종연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정치와 문학’을 비판한다」,〈교수신문〉, 2004.12.12)이 있었고, 황종연 교수의 반론(「민중상의 탈물신화 필요」,〈교수신문〉, 2004.12.16)이 이어졌다. 여기에 필자는 문학논쟁의 정치적, 권력적 고려를 배제하면서 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시는 현실을 재현하지 않는다」,〈교수신문〉, 2004.12.26)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