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2)
-
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김민정,『죽게는 말아야지요』중에서
실력이 효율과 부유함을 추구한다면 매력은 존재의 가치와 인성의 성숙, 재미있는 삶의 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 친척 중에 변호사가 있으면 아주 다행으로 여기지만 남의 집 변호사는 욕하면서 삽니다. 좋다는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죠. 뭔가 이상하죠. 그나저나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 자신의 영달을 향해 달려가는 것과, 압박과 부담 때문에 참담한 결정 쪽으로 가는 것, 모두 비극입니다. 가장 좋은 인생은 평범한 삶을 노련하게 사는 것 아니겠어요? . 문학집배원 한창훈 ▶ 출전_ 『각설하고』(한겨레출판사) ▶ 음악_ THE MIX SIGNATURE COLLECTION / EZ LISTENING MIX4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양연식
-
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리처드 와이릭, 「부족의 숫자」 중에서
이런 수량 개념이 계량 기구 사용에 따른 성숙 과정, 즉 추상화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물교환에서도, 개인이 필요한 것 이상은 얻으려고 하지 않았던 부족 생활에서 계량 기구는 불필요했을 터다. 예를 들어 남들과 똑같은 집 한 채를 짓는 데 필요한 목재 이상은 가지려 하질 않았으니까. 숫자 관념은 신체를 벗어나 추상화, 복잡화, 단순화 혹은 유용화의 단계를 따라 성숙해갔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까지만이다. 혹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삶의 형식들’이 허락하는 데까지다. ◆ 작가_ 리처드 와이릭 - 작가, 변호사. 《픽션》, 《플레이보이》, 《콰터리 웨스트》, 《 노스웨스트 리뷰》 등에 글을 써왔으며, 《트랜스포메이션》의 공동 발행인이자 편집장으로 일함. 3년에 걸쳐 우크라이나와 시베리아를 방문하고 딸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보고 듣고 겪고 느끼고 상상한 일을 담은 소설집 『홀림』을 출간함. ◆ 낭독_ 김세동 - 배우.
글틴(11)
-
글틴 > 시 성숙
희고 고운 비둘기 떼가 흙빛의 파장에 잠긴 우리 동네를 지난다 어린아이들은 돌을 집어 하늘을 향해 던진다 돌아보면, 다 그랬다. 순수한 아이는 순수한 동물을 해맑은 웃음소리 가시기 전에 죽인다. 순수함은 게임이 마치면 마쳐지는 환각이었을 뿐이다 창가를 열고 베란다에 나와 가솔린을 입은 비둘기 떼가 우리 동네를 지나는 광경을 보고 있다그를 해할 수 없어서 자신을 해할 수 밖에 없었던 더이상 인생이 게임이 되는 것이 그쳐버려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모든 이들은, 무리에서 뒤쳐져 나는 비둘기한마리에게 저마다에게제일 달콤한 이름을 붙인다
-
글틴 > 시 성숙
몸,살 속에 안방이 있고문을 열면네가 서 있을 거라 생각한다어쩌면 그 방 한가운데에 내 요람이 있을 거고너는 분유를 탄다 나는 그곳에 눕고 싶다고 생각한다 첫 기억은 컴퓨터 앞에서 혼자 밥을 먹는 장면몸을 최대한으로 웅크려도 나는 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내 안에 있는 것은 전부 나보다 작았고나는 너의 뒷모습도 본 적이 없다네 품이 내 안에 있다 나는 내 안의 안방에 들어가기 위해 내 몸을 카피했다나는 나의 흉부를 절개했다 그리고 나를 분석하고 조립했다고등학교 1학년 방과 후에 공부를 하던 때의 일이다갈비뼈를 벌리고 안방의 문을 연다그곳에 머리를 넣고 나는모성애를 느낀다 어른이다 젖을 빨아본 적 없이,라면을 끓이듯이분유를 탄다 꽤나 맛있다분유를 타듯이삶을 산다 그래도 나는한 번도 엄마를 원망한 적 없다
-
글틴 > 시 돌의 성숙
저의 모를 향한 물살의 첫 입맞춤에그 차가움, 그 아픔에몸서리치며 뒷걸음질치고자 하였습니다빙하가 녹아가는 저 북극곰들이 휘젓는 물살에도왜 그리 아프던지아픔의 나날들 속에이제 더 이상 저의 모에 상처받는 이가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지금 저는 남의 모에게살포시 입을 맞춥니다살갗이 뜯겨나가는 아픔도 이제는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이 세상에는 상처주지 않는입맞춤만이 남겠죠
사업광장(0)
자료광장(6)
-
문예지 > 21세기문학 특집 오늘날, 우리 시는 어떻게 읽히고 있는가 상처 입은 혀들의 노래
이러한 시간과 타자의 경험은 자아의 성숙 및 충족과 관련해서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그녀의 ‘상처 입은 혀’는 ‘흙투성이’의 반복적 경험과 또 다른 ‘여자애’들의 만남을 통해 문득문득 덧났으되 또 그래서 천천히 나아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공간과 주체를 달리한 ‘흙투성이’의 경험이 결국은 ‘네 살배기’에 가닿았을 것이고, 거기서 ‘여자애’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그 숱한 ‘여자애’들을 만날 운명을 저도 모르게 만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 사실에 대한 기억과 상상의 불가능성은 양자에 대한 혼돈의 결과가 아니라 실존의 복수성과 타자성에 대한 냉열(冷熱)한 자각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판단이 여기서 가능해진다. 과연 최정례의 일상과 언어는 반복적이되 개별적 가치를 잃지 않는 경험과 사물을 호출하고 다시 차근히 응시하는 일에 바쁘다.
-
문예지 > 시조시학 시조시학 2012년도 여름호
시인의 변화가 성숙 해서 알레고리로서의 시조가 현실을 증언하는 시대의 발언자로서의 역할 을 다하면서도 더욱 웅숭깊은 개성적 서정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기를 기 대해 본다. 황치복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고려대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고려대, 서울과학기술 대에서 강의.
-
문예지 > 시작 ‘춘향’의 미학과 그 계보 ─ 서정주 시학의 경우
그러니 ‘그네’의 춘향에서 “구름이 쏘내기되야 퍼”(「춘향 유문)붓는 춘향으로 성숙, 변신하는 자아-서사를 담은 「춘향의 말」 삼부작은 그 중간 결산의 일종인 셈이다.17 ━━━━━━━━━━15 이경수는 “춘향의 갈등은 아직 시인에게 남아 있는 (해방 이후의: 인용자) 현실 세계사회적인 의미와 개인적인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세계에 대한 미련과 갈등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춘향의 말」 삼부작은 고소설 「춘향전」이 가지는 사회적 연관을 축소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영원한 사랑’에 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이경수,「서정주와 박재삼의 ‘춘향’ 모티프 시 비교 연구」, 『민족문화연구』 29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96, pp.175-176). 적어도 해방기에 한정해 본다면 이경수의 해석은 대체로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