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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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그러니 우리는 한국 문학에 관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는 소설 쪽에 집중해 보려 한다. 거기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여러 소설 장르 중 소위 순문학으로 범주를 더 좁히려고 한다(앞으로 한국 문학이라고 지칭하는 장르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한국 문단 소설’을 가리킨다). 오해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순문학’은 당연히 ‘문단 문학’을 가리키는 것이고, 여기에 이 장르가 가장 ‘순수’하다는 가치 평가를 포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체할 말이 없을 따름이고, 내가 말할 수 있는 분야가 그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순문학은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주로 문예지에 발표하고 또 보통은 문예지를 발간하는 출판사들로부터 출간하는 작품을 말한다. 작품 자체의 성격보다는 작가의 탄생과 활동 무대로 구획되는 측면이 강하기도 하고, 장르 문학과의 경계도 많이 희미해진 터라 순문학만의 특징을 적시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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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 소설가 서유미 인터뷰 고봉준 마지막 인터뷰의 대상은 소설가 서유미다. 이 결정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작’과 ‘끝’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끝’이라는 것이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끝’을 함께할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시작’을 함께하는 작가를 선정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인터뷰’라는 형식이 비록 작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가십 정도일지 몰라도, ‘모든’ 작가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거기에는 선택의 시선이 개입하기 마련 아닌가. 그렇다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설득의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처음에 생각한 ‘끝’은 서유미 작가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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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필경 54년, 큰 문학―이호철의 문학 세계
‘큰 산’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그것을 잃어버린 것을 크게 아쉬워하는 마음이 타락한 세계를 헤치고 진정한 가치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이호철 소설 속 인물들의 행로를 앞서 이끌었다. 이호철 문학의 한복판을 세차게 흐르는 맑은 물줄기는 이 ‘큰 산’에서 발원한 것이다. 이호철 소설은 작가가 직접 경험하며 통과해 온 해방 직후의 북한 사회와 전쟁기 이래의 남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격동하는 현실의 다방면을 깊이 탐사하여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우리는 작가의 안내를 따라 이호철 문학이 거쳐 가는 ‘그때 그곳’을 바로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실감한다. 장편 『소시민』을 통해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소시민』(1965)은 한국 전쟁기 부산을 무대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 그려진 전환기적 변동상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지만, 전락과 상승이라 개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