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신혼 생활
신혼 생활 원보람 남편은 복숭아를 깎고 있다 나는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복숭아는 조각 조각 잘린다 우리는 불 꺼진 농구장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앞날에 대해 묻는다 뉴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사람들의 슬픈 얼굴이 나온다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일상이 환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계속 농구를 할 수 있을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천 갈래로 나누어진 미래를 걸어간다 우리가 던진 농구공은 어디에 떨어졌을까 집에 도착했을 때 백발노인이 된 남편이 복숭아를 깎고 있다 손에 주름이 가득해진 내가 마른 빨래를 갠다 어느 무더운 여름밤에는 남편이 복숭아를 깎는 동안 불안이 없는 고요가 찾아오기도 한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농구공이 어두운 밤 한가운데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보지 못했는데도 잠시 무섭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난다 두 사람이 같이 산다 한 사람이 복숭아를 깎고 한 사람이 먹는다 한 사람이 농구공을 던지고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막다른 골목, 미래를 소설하는 두 가지 방식
그런 점에서 최근 발표된 두 소설, 정영수의 「미래의 조각」과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은 각각의 방식으로 선형적 시간관과 작별하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성장하며 발전하는 주체·사회라는 오래된 시간관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두 작품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한 개인의 삶에 투사되어 나타나는데, 공동체가 마주한 현재적 난관은 각각 엄마의 자살 기도(「미래의 조각」)와 자꾸만 재발하는 암(「홈 스위트 홈」)으로 구현된다. 3. 서로 다른 무늬의 데칼코마니, 과거와 미래의 만남 - 정영수, 「미래의 조각」 「미래의 조각」은 어머니의 자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둘째 아들인 ‘나’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을 취하는데, ‘특공대’라는 이름의 농약을 먹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는 사실 15년 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물 만난 거북이」외 6편
귤 한 마리 껍질을 꽃잎처럼 펼쳐 한 조각 두 조각 다 떼어 먹고 나니 불가사리 한 마리 떡하니 누워 있네 이팝나무 고슬고슬 흰쌀밥 지어 한 상 노릇노릇 누룽지 긁어 한 상 해마다 봄이면 밥상을 두 번 차린다 하늘밥상 땅밥상 푸지게 차리는 동안 봄이 왔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