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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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등(燈)
@ 기억이 말발굽처럼…… 주마등(走馬燈)에서는 촛불로 데워진 공기로 등 안에 넣어둔 바퀴 달린 말을 돌린다. 그러니까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는 말은, 네 마리 말이 번갈아 돌듯이 기억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스쳐갔다가 스쳐온다는 말이다. 참 징그러운 말들이다. @ 후회가 생각하는 사람처럼…… 집어등(集魚燈) 앞의 오징어는 모닥불 앞의 나방과 같지요. 오징어를 사랑에 눈먼 청맹과니라 부른 적 있습니다. 제 잡힐 줄 모르고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오징어는 눈이 너무 좋아서 탈입니다. 사람 눈보다도 잘 작동하는 눈이라 하니, 먼 곳의 불빛도 속속들이 찾아내는 거지요. 오징어잡이배의 어부들은 그물질을 하다가 출출하면 잡은 오징어를 배의 연통 위로 던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몸을 덴 오징어는 온몸을 말면서, 팔로 머리를 잡으면서 쫄깃쫄깃한 단백질 덩어리가 되어갑니다. 아, 여기가 아니었어. 내 사랑은 여기에 없었어. 이러면서 괴로워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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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우리는 고리 위에 있다.
“원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가 ‘도파민’과 ‘트럭-주마등’ 이야기를 자네에게 들려준 것을 보면, 아마 괜찮을 거야. ···그래, 그녀는 이전에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입으로는 하기 어려웠겠지. 자네는 곧 내릴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자네가 다시는 이 열차에 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그녀도 똑같은 마음이겠지. 그래서 이야기를 해 주겠네. 광합성 열차의 직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필요가 있어.” 나는 긴장한 채로 침묵을 지켰다. 야오린 씨가 물뿌리개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6. Sunflower [꽤 오래전의 이야기야. 언젠가, 그녀가 내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온 적이 있어. 그때 그녀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눈이 풀려 있었고, 오른손을 심하게 떨고 있었어. 하지만 술 냄새는 나지 않았지. 전에 말했듯이, 열차에서 음주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