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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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모든 입장은 유지된다
모든 입장은 유지된다 김성호 두근대는 낯빛이다 들이붓는다 헐떡임의 밋밋한 더는 차이 없이 쓴 이는 결정의 이미지이다 완연하다 그조차 사라진다 절정을 지닌 모두의 사사로운 효과에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침묵하러 왔다 눈을 동시에 눈을 뜬 동시에 이내 이 가파름을 계속되어지는 가파름으로 머무르게 한다 동시에 그러나 나인 곳 없이 붙들리고 만 침투의 다채로운 한 쌍만이 그조차 의지가 되어 끝장나 버렸다 비로소 열망이다 나는 쉬운 곳에 갔다 나는 어려운 곳에 있다 너울로 가까스로 그때 움직이기 시작한 그 너머의 밀려옴으로 생략된 이 자리는 그토록 내가 잡아 두지 못한 뜨거움이 서툴게 부드러워지는 그것은 그러나 오로지 언제나 빨아들이는 느낌을 일깨운 다다른 멈춤이다 그대의 오해에 관한 한 기꺼이 힐난할 수 있는 나의 영혼 혼동 으스러짐 가까워짐 모두가 엉터리인 불안 그런 마주침에 부지런히 휩싸여 고통은 너무나도 빛났다 그때의 고통은 그랬다 적기 위한 가장은 얼마나 참담한가 상황을 얼마나 단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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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한국 문학 번역, 그 슬픈 실상
주체의 혼동, 일관성 결여, 이유 없는 추가 및 삭제 앞에서 본 것처럼 서펜츠 테일 출판사의 영역본에는 기본적인 문제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이번 장에서는 주체의 혼동, 일관성 결여, 그리고 ‘이유 없는 추가 및 삭제’로 유형화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이러한 문제들은 원작의 이해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교적 큰 문제들이며 따라서 번역가의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주체의 혼동 먼저 주체의 혼동이다. 이는 「The Disaster Tourist」의 번역가가 너무 흔히 범하는 오역의 유형이라서 그 빈도를 놓고 말하자면 실수인지 고의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컨대 29쪽에 보면, “요나는 지하철 노선도를 쳐다보았다. 곧 개통될 노선들이 점. 점. 점. 숨을 옥죄어 왔다.”라고 되어 있다. 이 문장은 피폐한 서울 직장인의 출퇴근 일상을 묘사한 것이다. 원문에서 숨이 막히고 있는 주체는 당연히 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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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당신을 위한 서바이벌 키트 ― 윤고은론
이를 시작으로 버스노선 혼동, 지문인식 실패 등이 이어진다. 「요리사의 손톱」은 착각으로 시작된 작은 균열이 환각으로 연장되며 세계에 면하는 자아감각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소멸과정을 보여준다. 회사가 그의 지문을 외부의 것으로 인식할 때 그는 실업자와 동시에 홈리스가 된다. 기다렸다는 듯 연애도 끝난다. 그는 자연스레 파트타임 노동자가 된다. 지하철을 타고 적당히 책 제목을 노출시키는 아르바이트는 애초에 정보의 진실성보다는 이미지로 추상화되어 개인의 무의식에 침범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던 그는 이미지로 추상화되며 스스로 광고로 전유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인물은 서서히 소각된다. 방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하루 연명은 시급하고 전세금까지는 너무 먼일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기표들을 오류로 인식하는 생의 감각은 애초에 발 디딜 곳이 녹록지 못했던 청년의 현실 지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