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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루실」
. ● 출전 / 『문학사상』 2009년 9월호 ● 음악 / 김준수 ● 애니메이션 / 김은미 ● 프로듀서 / 김태형 외곽에서 외따로이 묘지를 바라보면서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루실. 언니의 친구이므로 아주 자주 만나지는 못했을 사람. 몇 줄의 기억과 이만큼의 감정이 있는 루실. 다음에 만날 일을 기약하자면 그만 묵묵부답하고 마는 여인. 삶에 물기가 적고, 바스라지기 쉬운 늦가을 나뭇잎처럼 포슬포슬한 여인. 이제 만지작거리다 그만 두는 일이 조금씩 늘어난 여인. 루실은 언니의 친구. 그러나 루실은 당신의 언니, 당신의 자매. 무한히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씨를 소유한 겸손한 여인. 예전으로의 회복을 고집하지 않는 여인. 그런데 이 시를 읽는 내내 “또 보자”는 이 말은 왜 이리 출렁출렁하고 뭉클한가요.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수다스럽게, 더 자주 화장을 하고, 더 많이 마음에 보석함을 지니고 살아요, 우리.문학집배원 문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