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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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장르소설 특집] 우리 모두의 힘 듀나 1. 서화영이 담임을 따라 교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지희를 포함한 2학년 D반 아이들은 모두 피부에 정전기가 스치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새 전학생의 외모에 반응했다고 생각했다. 화영은 인상적인 외모의 아이였다. 예쁘다기보다는 잘생긴 편이었고, 날카롭게 날이 선 얼굴은 거의 인공적이었지만, 성형수술의 결과물보다는 모델의 개성을 강조한 조각품 같은 인상을 주었다. 키가 특별히 크지는 않았지만 깡마르고 긴 팔다리 때문에 후리후리해 보였다. 보고 신기해하거나 감탄할 수는 있지만 굳이 닮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외모였다. 담임의 맥없는 소개가 끝나자, 화영은 지희 옆자리로 가 앉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박윤중이라는 남자애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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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장르소설 특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강지영 얼굴이 붉고 흰 수염이 가슴까지 늘어진 신선이 말했다. “돌아가려면 나를 이기는 수밖에 없네.” 숲은 융단처럼 포근해 보이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어디든 눅눅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모조리 두터운 이끼로 덮였고 풀잎과 자갈, 날아가는 새의 깃털까지도 흠뻑 젖어 있었다. 으슬으슬 한기가 돌았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나는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조그맣게 기합을 넣었다. 흰 수염의 신선이 테이블 아래에서 장기판을 꺼냈다. “잠깐만요, 전 장기 둘 줄 몰라요. 다른 거 없어요? 지뢰찾기라든가 오목 같은 거.” 신선이 매끈하게 길이 잘 든 조약돌 몇 개를 장기판 위에 올려놓았다. “걱정 마. 알까기 할 거니까.” 나는 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명백한 나의 패배였다. 김 대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게 자신의 실적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