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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우수상-생활글 외계인 김송기 (고양예고 3학년)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할머니가 외계인으로 변했다. 외계인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으며 모두가 잠든 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가족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낯선 외계인 때문에 우리 가족은 점점 지쳐갔다. 할머니는 외계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 내 기억 속에서 누구보다도 점잖고 다정하신 분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항상 혼자였던 나를 감싸준 것은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할머니의 구수한 청국장 냄새와 할머니가 웃으실 때 눈가에 잡히는 주름, 또 할머니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사랑했다. 할머니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가 잠들기 전에 언제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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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도그빌 (Dogville)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우수상-비평&감상글 도그빌 (Dogville) - 라스 폰 트리에, 『도그빌(Dogville)』(2003) 영화감상문 김경환 (고양예고 3학년)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한 『도그빌』은 로키 산맥 인근의 작은 마을에 숨어든 주인공 ‘그레이스’와 마을 사람들에게 도덕 교육을 함으로써 선구자 역할을 자청하는 작가 ‘톰’, 그리고 그 마을 전체 주민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예술영화이다. 2003년 칸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최고의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그레이스 역)과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만났다는 점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니콜 키드먼은 2000년 배우 톰 크루즈와 이혼한 직후 5년 사이에 12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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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몽
[2013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우수상-이야기글 몽 홍지성 (양서고 3학년) 그는 칸막이가 높게 세워진 네모지고 비좁은 책상에 어깨를 구겨 넣은 채 졸고 있었다. 팔꿈치를 세워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던 그는 고개를 불안하게 까딱거리다 문득 어깨를 화들짝 추켜올리며 정신을 차렸다. 한숨을 쉬고 의자를 끌어당겨 자세를 고쳐 앉은 다음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겼다. 팔꿈치에 찍혀 구깃구깃한 책장을 아무렇게나 휙휙 넘기다 책을 덮어버리고 옆으로 홱 밀쳤다. 책이 탁, 하는 소리를 내며 칸막이에 부딪혔다. 등 뒤에서 불편한 헛기침소리가 들려오자 어깨를 슬쩍 틀어 주위를 둘러본 그는 똑같은 책상에 칸칸이 몸을 구겨 넣은 사람들을 보고 한숨을 삼키며 다시 책을 펼쳤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무언가를 한참 끼적이던 그는 어느새 또다시 턱을 괴고 입을 벌린 채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