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같은 부분
- 작성일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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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같은 부분
이기인
두부 한 모 사러 가는 마음이 원고지 네모처럼 떠오른다
너무 빈 하고 희뿌옇다 싶어서 구멍가게를 지나쳐 어슬렁거린다
햇빛의 금이빨을 폐타이어에 묶어 지붕에 널어놓은 집을 몇 채 건넌다
더 좁은 골목을 휘적휘적 걷다 꼬리가 붓처럼 까만 고양이를 만난다
물먹은 나무들이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는 바위를 기다린다
키득거리는 아이들 웃음이 호박잎 겨드랑이로 숨어버린 것일까
가느다란 풀들도 멀리서 보면 소처럼 뒷걸음을 친다
키 작은 풀들이 어울려서 햇빛의 머리를 듬성듬성 쥐어뜯는다
헛간 뒤 박새 한 마리 포르릉 뛰어올라서 사라진다
나도 어서 두부 한 모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원고지 네모 안으로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순간들
한낮의 가로등은 언제나 새벽을 밝히고 쿨쿨 코를 곤다
저 멀리 거꾸로 매달려서 혼자 노는 아이의 호주머니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맥가이버 칼은 신처럼 반짝인다
희뿌연 두부 한 모가 오늘도 순둥순둥 칼날을 기다린다
박새는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서 9개월째 두리번두리번 구인중이다
네모난 구름이 몰려와 네모난 구름과 부딪치고서
두부 같은 하루는 신나게 으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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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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