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끝
- 작성일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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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끝
이영광
당신은 끝났습니다 아니,
당신은 정말 끝났습니다 그래서
나도 끝이 나 갑니다
나는 염려할 후사가 없고 당신은 내가 매달렸던
마지막 사람이었으므로,
이제 나는 정말 끝이 나 갑니다
끝이라는 목소리 또는 의미의 동심원이
무심히 건드려 놓는 이 시간을 어떤
시작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시 시작되지 않는 어떤 것으로서
나는 함부로 먹고 마시고 떠들 수 있으며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할 수 있으며,
당신은 내 꺾인 걸음을 풀어 주기도
멀쩡한 호흡을 한참,
끊어 주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의 끝을 잊거나 안 보려 할 만큼
똑똑하질 못합니다 한 해 또 한 해,
당신의 끝을 방치함으로써 서서히
옥죄어 오는 나의 끝, 끝나 가는 나를
굶주린 벌레처럼 탐닉하며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이 시간이,
망국처럼 해방처럼 피로합니다
당신은 지금 나의 길 없는 나날과 아무 관련이 없고
나의 회한과 실의에 아무 책임이 없지만,
함께했던 날들에 대해선 야속히 꿈에서도
한마디 투정이 없으십니다
당신과 나는 이제 끝입니다 우리는
정말 끝났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자연처럼,
어제는 강원도 어느 산중의 물소리 곁에
오늘은 저세상 같은 다도해의 구름들 위에
내일은 곯아떨어졌다 깨어 다시 쥐는 술잔에,
자연처럼, 나타나고 나타나고 나타납니다
나는 그것을 끝없는 끝이라 부르고
끝나 가는 나를 끝나지 않는 나라 믿으며,
눈을 떠 당신의 끝을 온 하늘 가득 펼쳐 놓고
눈 감아 당신의 끝없는 끝을
환한 어둠 속에 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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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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