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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지느러미

  • 작성일 2024-07-01
  • 조회수 95

   하늘색 지느러미 


이기인


   장갑을 벗어 놓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색 페인트 통에서 꺼내 놓은 붓은 오늘의 일을 까먹은 채로 

   꺼끌꺼끌한 수염으로 말라비틀어지면서도 아직도 높다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하늘색으로 뒤덮어야 하는 지붕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불안하다 

   어쩌다 중심을 잃어서 떨리는 몸에는 또르륵 반점 

   하늘에서 떨어지는 젤리처럼 향긋한 하늘색을 얼굴에 묻히고 

   점점 하늘로 사라지고 없는 빈 깡통 두드린다 

   일생 붓으로 뒤덮어 보았던 일들은 흐르는 나이를 먹어 

   한 꺼풀 벗겨지고도 눈꺼풀을 까뒤집으려 한다 

   검은 볼의 시간이 지붕에서 자꾸 흘러내리는데  

   시간의 눈썹을 가지런히 하늘색으로 덮어 줘야 하는 일이거늘 

   오늘의 팔다리와 허리는 파업이라 침대에 묶인다 

   당신은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순간 모두를 잃을까 

   하늘색 페이트 통을 물컹 사랑스럽게 껴안았으리라 

   지붕 페인트 깡통 수염이 짧아진 붓은 시너처럼 증발하고 

   고래 뱃속 같은 병실의 커튼은 하늘색으로 흐물거린다 

   머언 하늘색으로 헤엄치다 어느새 뇌경색을 앓는 

   노을의 눈가에 성가시게 달라붙은 갈매기 울음을 줍는다 

   하늘과 바다에는 기울어진 벽이 있고 기울어진 

   벽에서 흘러내리는 파도를 밑에서 위로 잡아당긴다 

   오늘의 붓질을 수없이 투명해지도록 해야 하는 일이거늘 

   당신의 무릎을 달래는 연골은 주저앉는다 

   붓을 쥐었던 손을 잡아 줘야 걸을 수 있는 

   얇은 껍질 같은 뒤꿈치가 지느러미처럼 일렁인다 

   하던 일을 하려고 벗어 놓은 장갑을 찾으려고  

   당신은 팔다리를 휘젓다 침대에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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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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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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