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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 작성일 2007-02-28
  • 조회수 1,671

자기소개서

황성희


저는 흰옷을 즐겨 입습니다. 태어난 지는 반만년 됐습니다. 저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식민지는 당해도 식민지는 안 만듭니다.

저는 올드보이1)가 싫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선 알 리 없는 올드보이가 싫습니다. 누구냐? 누구냐 넌? 정말 실례적인 추궁입니다.

저는 묻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싫습니다. 오늘만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도 싫습니다.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되는 질문도 싫습니다. 지금 당장 죽기보다는 목을 맬 밧줄 고르기를 평생 즐긴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천년 뒤에도 지금인 것처럼 얘기 좀 나누면 안 되겠습니까. 아흐 다롱디리한 소원이라구요? 하긴 거북이 머리를 왜 구워먹겠다는 건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훈민정음이 언제나 중요한 건 아니지요. 그나저나 시간에겐 말 좀 걸고 있습니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는 지금 연대표의 어디쯤에 와 있습니까. 제가 없더라도 연대표를 읽어줄 당신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지금의 나처럼. 그런데 얼굴이 점점 더 투명해집니다.

어제 멀리 사는 친구는 자신의 이름에서 민족을 뺐습니다. 명찰에서 민족을 지우는 그것이 요즘의 유행이라면서요. 그렇다면 난 이제 어떤 거울에다 이 투명한 백골을 비추는 척해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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