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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 작성일 2008-05-30
  • 조회수 4,229

고딕시대와 낭만주의자들

강성은


뾰족한 첨탑 위에 갇힌 누군가 구름에 편지를 써요

그럴 때 구름은 검은 빗방울을 뚝뚝 떨어뜨리지요

구름의 얼룩진 편지를 읽는 어떤 이들은

울음을 멈추고 검은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도시엔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녹색의 박쥐 떼가 공중을 날아다닙니다

창백한 입술을 잃은 자들은

곧 두 손과 머리털을 잃고 두 눈알과 심장을 잃었지요

점점 희미해져 우리는 우리를 잃었지요

당신과 나의 비밀 이야기는 입 속에서 입 속으로

공기와 밤의 중얼거림을 통과하고

얼룩진 편지는 얼룩 고양이가 물고 밤의 담장 너머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내일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지만

내일의 악몽을 점칠 수는 없었어요

빗방울은 때로 격렬하게 내립니다

한 방울 뒤에는 수천만 우주의 모든 물방울들이 

뾰족하고 오래된 첨탑 위의 편지는

전해 오는 이야기 속에서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 갑니다

우리는 첨탑 위로 답장을 보내는 법을 모르고

얼음이 어는 순간과 얼음이 녹는 순간 슬픔의 음역을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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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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