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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 작성일 2009-02-23
  • 조회수 1,313

분노의 포도

―드라마 6

권혁웅


   주(朱)와 강(姜)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한 잎새 아래 모여 있는 포도 알들마냥 한 지붕 아래서 두 가족이 종주먹처럼 살았다 작은 부엌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주, 오른쪽이 강이었다 아니, 반대였던가?


   둘은 동고동락했다 문제는 동거동락이라는 오자(誤字), 취기는 본래 좌우를 가리지 못한다 술에서 깬 강 옆에는 사우디에 가 있던 주의 마누라가 누워 있었다 엎질러진 포도주였다


   배반이 낭자하다의 그 배반이 아니었던 거다 아이는 작은 주(朱)가 되었다 아버지와 아저씨가 이름과 방을 바꾸었던 셈이다 호형호제를 잘하면 호부호형을 못한다 아니, 호가호위였던가?


   어느 날, 주의 마누라가 아이의 진짜 생일을 말했다 포도주가 아니라 샴페인을, 그것도 너무 일찍 터뜨렸던 거다 귀국 날짜를 세어 본 주가 옆방으로 쳐들어가 술틀을 밟듯 강의 알을 터뜨려 버렸다


   오인의 구조란 그런 거다 피와 술은 물보다 진하지만, 취기와 혈통이 합치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일 뿐이다 강은 예상치 못한 손님 때문에 제 두 손을 함뿍 적시고 말았다 호왈백만이라, 제 것을 들고 울부짖으며


   포도와 분노의 공통점은 너무 익으면, 그렇게, 터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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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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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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