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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 가는 개들

  • 작성일 2019-04-01
  • 조회수 225

실려 가는 개들

김명기

해지는 초겨울 속으로 개들이 실려 간다
구멍 숭숭 뚫린 철창에 구겨진 체념 덩어리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오래전의 미래
한 번도 틀리는 법이 없는 운명이란
명확하고 지독하다


하지만 출처조차 알 수 없는 생이
이제 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뜨기 위해 있는지 감기 위해 있는지
모르는 눈처럼
어차피 출구조차 알 길 없는데
차라리 지나쳐 버린 과거라도 생각하렴
그곳에는 두고 온 한때라도 있으니


지상에 깃드는 날들이 내 것인 줄 알고 살았으나
지난 한때에 마음을 모두 두고 와
그저 쓸쓸한 저녁 풍경이나 쫓아가는 몸은
참혹이란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뱉지도 못한다


어디 실려 가는 것이 개들뿐이겠나
실려 가고 끌려가는 것에겐 관용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는 걸 너무 오래 믿고 살았다
낡은 트럭의 속도만큼 숭고는 멀어지고
어느 몸뚱이에선가 창살 밖으로 튀어나온
때 묻은 털 깃이 한 올 한 올 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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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과 폐차장 신이인 새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르지 어둠 속에 앉아서 내가 왜 지루했는지 심해 생물처럼 덤덤했는지 도대체 뭘 더 알고자 했는지에 대해 천착하는 일은 멀쩡한 접시를 벽에 던져 부쉈을 때의 희열과 낭패 찌릿한 안타까움 그 행동이 실은 욕심에 의한 것이었다는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나는 이보다 더한 것을 깨닫게 될까 두려워 차 안에서 나오지 않기를 결심했다 엔진이 낡은 자동차 더는 옛날처럼 성내지 않는 자동차 크게 사고 난 적 없어 아직 내 것이나 겨우 이런 것이 내 것이라니 고속도로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거나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차에 갖다 박아버리고 싶기도 했던 엔진이 낡은 자동차 하나 너는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 으레 연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어린애들이 그렇듯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고 인생에 단 한 병뿐인 샴페인을 따서 나누었네 한 번뿐인 폭발 그리고 술에 젖은 채, 이것이 무엇인지 어떤 맛이라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그리워했다 참 훌륭했는데 무엇이 훌륭하고 형편없는지, 모르는 첫 삶이었으면서 아무래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페인트 붓이 차창 밖에서 손짓하도록 이봐, 이름이 뭐야 난 시간이라는 미장이라네 여기부터는 내 구역이다 저것의 숱한 촉수들이 우리를 한 번 쓰다듬고 나면 어떤 색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은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움직였다 차창이 검게 틀어 막힌 이래로 네가 어디쯤에서 어떤 날씨를 가로지르나 얼마나 잔잔하게 또는 뜨겁게 구르거나 일어서는가 행복할 때 그 기분을 처음 가져 본 것처럼 기뻐하는가 궁금해하지 않았던 적 없다

  • 관리자
  • 2024-08-01
방주

방주 신이인 그때는 고분고분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바닷물과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뛰어 들어갔다. 듣던 것과는 다른 진한 황토색 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물이 황토색이네요? 내가 말한들 귀담아듣는 이 없었다. 먼 과거에 스스로에게 혹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으나 소용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배운 이들이 나를 거들떠보지 않고 파도를 탔다. 처음 나는 물을 몇 번 먹어야만 했다. 그들이 모래 바닥에서 발을 구르며 뛰어오를 때 같이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더 뛰어도 덜 뛰어도 안 된다. 빨리 뛰어도 늦게 뛰어도 안 된다. 뛰는 법이 몸에 익은 다음부터 어쩌면 고통만큼은 사라진 듯했으나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는 또 묻고야 말았다. 바닥이 발끝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사람들이 나를 거북스럽게 바라봤다. 우리는 수영을 하러 온 거야. 앞을 봐. 저 멀리서. 수평으로 헤엄치고 있는 선각자들을 봐. 저렇게 멋지게 나아가고 싶지 않니? 빛을 내는 수평선과 하나 된 듯이. 멀리 있는 물은 푸른색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저들은 저기 가 닿을 거야. 이미 닿았을 거야. 중얼거리며 혈안이 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우글우글 있었다. 끝없이 수영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교인들이었다. 그쯤에선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들이 배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배를 만들고 부모와 친구 좋아하는 개 고양이까지 싹 태워 출항시켰다. 그들이 찾는 것은 전부 바다에 있다. 나는 바다에 없다. 나는 느끼고 싶다. 발에 단단하게 닿는 흑색 바닥. 바닥이라면 내 무게를 질 수 있다. 언제까지나. 배에 든 것들을 하나도 잊지 않으며 여전히 사랑한다. 이토록 육중하게 나 여기에 있다. 있다. 여기에.

  • 관리자
  • 2024-08-01
어쩔 줄 모르고

어쩔 줄 모르고 최문자

  • 관리자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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