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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 작성일 2020-06-01
  • 조회수 998

기획의 말

2020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천 시 다이빙」(박서영, 《문장 웹진》, 5월호)을 읽고

반지하 문은 항상 뭐가 문제인지 잘 열리지 않는다. 잘 열리지 않는다는 뜻은 잘 닫히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사는 집의 문은 쇠로 되어 있다. 오래된 벽돌 건물에 칠 벗겨진 철문. 프레임이 녹이 슬고 세월에 휘어서 배가 나왔다. 그 덕분에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것 같다. 작년 여름, 날을 잡고 망치로 문을 때려 휜 부분을 편 적이 있다. 너무 세게 때려서인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틀을 붙잡고 있던 콘크리트 조각이 부서져 나갔다. 조금씩 금이 가다가 내가 휘두른 망치 때문에 결국은 부서져 떨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가루가 되어 갔다. 나의 문이 부서져 가는 과정은, 내가 그녀와 헤어져 간 과정과 너무 닮아 있었다.

여름밤은 덥다.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잠이 들었다가도 깬다. 땀에 전 매트에 지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나 보다. 잡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꿈을 꾸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그 애처로운 상황에서 간신히 그 무언가에 닮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그것은 문을 닫는 소리였다. 쾅. 뻑뻑한 내 집 현관문 소리가 닫히는 소리였다. 그녀가 돌아온 것일까.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두 볼이 상기되고 눈에 힘이 돌아왔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내 방에,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불쑥불쑥 찾아오던 그녀가 떠나고 남아 있던 텅 빈 공간과 희멀건 시간들이 변화하는 것 같다. 이제 곧 방문을 열고 그녀가 들어올 것이다. 굉장히 익숙한 동작으로 겉옷을 던져 놓은 후 소파 위에 주저앉을 것이다. 내게 몇 마디 짜증 섞인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실 것이다. 그러고는 내게 살며시 몸을 겹치며 속삭일 것이다.

“다녀왔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전 옆방으로 이사 온 할머니가 현관문을 과할 정도로 세게 닫고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얇은 벽 너머로 건네 들렸다. 이상할 정도로 적막한 건물 전체에 할머니의 움직임이 스산한 소리를 그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마른기침을 해대며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뱉어내려고 시도했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그 단단한 무엇인가를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녀의 켈룩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온 건물에 울렸다. 다시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도, 그 소리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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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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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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